1. 일류기업의 몰락
Microsoft나 Intel과 같이 표준을 장악하고 업계의 고릴라가 된 기업도 하루 아침에 거품으로 사라질 수 있는 곳이 하이테크 시장이다. 첨단 기술이 순식간에 진부화 된 기술이 될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와해성 혁신(Christensen, 1997, “Innovator’s Dilemma”) : 선도기업을 추락하게 만든 기술 변화의 복병을 이와 같이 명명하였다. 이 개념은 이제 하이테크 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이론이 되었다.
그렇다면 일류 기업이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료주의, 창업 시 가졌던 열정의 소멸, 교만이나 단기적인 시야, 잘못된 기획이나 투자 결정도 원인일 수 있지만 이러한 이유를 가지지 않은 기업에서는 명백히 와해성 기술이 그 실패의 원인인 것이다.
2. 존속성 기술, 와해성 기술
그림에서 좌에서 우로 올라가는 화살표는 존속성 기술의 궤적이고 왼쪽 사선에서 오른쪽 사선으로의 이동은 와해성 기술의 경로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제품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이를 존속성 기술이라고 한다. 이때 성능은 그 제품의 현재 고객의관점에서 중요시하는 속성과 관련된다. 즉, 더 빠른 CPU, 더 큰 메모리 용량, 더 좋은 품질 등이 주로 고려되는 성능이다. Moore의 법칙도 존속성 기술을 지속적으로 추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와해성 기술은 주류시장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으로 열등한 기술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여 궁극적으로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는 기술을 말한다. 초기의 미니컴퓨터는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사용하는 고객의 요구를 당장 만족시키지 못했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진공관 오디오를 사용하는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이 와해성 기술은 기존 주류고객의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도입하여 그동안 기존제품의 시장의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 낸다. 와해성 기술은 대개 더 저렴하고, 더 간단하고, 더 작고, 더 사용하기 편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능에 대한 요구수준이 비교적 낮은 low-end고객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와해성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다. Low-end고객의 채택이 가속화되고 와해성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의 시장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동안, 와해성 기술의 성능도 점차 개선되어 기존고객 즉, High-end고객의 요구수준을 어느 순간 만족시키며 기존기술을 위협하게 되는데 이 때가 바로 선도기업이 이른바 '와해'되는 순간이다.
3. 혁신기업의 딜레마
기업들은 자원을 얻기 위해서 고객과 투자자에게 의존한다. 생존을 위해 기업은 고객과 투자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기업은 그들의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을 없애는 데 발달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업들은 고객들이 원할 때까지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 기회인 와해적 기술에 적절한 자원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작 투자를 할 무렵에는 너무 늦어 버린다.
소규모 시장은 대기업들의 성장 욕구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성공 기업은 주가를 유지하고 직원들을 위한 기회를 창조하기 위해서 성장해야 한다. 커진 매출 규모에 맞는 대형시장이 될 운명에 처한 기술을 선택하길 원한다. 상대적으로 처음에는 소규모 시장이 되는 와해적 혁신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은 시장은 분석이 불가능하다. 완벽한 시장조사와 사업계획 수립도 와해적 기술과 관련된 사업 성공가능성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어려움에 빠진다.
기술 공급이 시장의 수요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술추구형 지속적 혁신 기업은 때로 소비자의 니즈를 초과하는 혁신기술을 내놓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비 자의 눈높이에 맞춘 와해적 기술혁신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상위 기술의 진화가 반드시 시장의 가치사슬에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텐슨은 기업들이 와해적 기술 변화 앞에서 효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류시장에서 그들을 성공하게 만들었던 역량과 조직 구조,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의 근거는 장악한 시장의 성장성과 매력도에서 나오며 만약 더 이상의 고객 유입과 기술적 진보가 무의미해진 경우 와해적 혁신을 검토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직접 해당 산업의 와해적 기술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신규시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지속적 혁신과 와해적 혁신 기술 사이의 본질적인 갈등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와해적인 혁신시장의 진출은 기술적 차원이 아닌 마케팅 차원에서 틀이 잡혀야 한다. 와해적 기술을 실행할 때는 기술적 도전이 아닌 마케팅적 도전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과거 크리스텐슨의 주장으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기존 기업들이 주류시장의 리더가 되게 해주는 경영관행 때문에 와해적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선두 자리에 오르게 해준 그들의 경영관행이 궁극적으로 그들의 시장을 뺏기고 마는 것이다.
경영이 잘되는 기업들은 그들이 경영이 잘되기 때문에 실패한다. (Christensen, 1997, “Innovator’s Dilemma”)
4. 와해적 혁신의 성공을 위한 태도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와해성 혁신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기업이 와해성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과 태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파괴적 혁신자의태도(Innovator’s Attitude)라고 부를 수 있겠다.
첫째, 기업이 혁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속적 혁신(Low Risk, Low Return)과 와해성 혁신(High Risk, High Return)의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과 하부문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고경영진에서는 추진중인 와해성 혁신이 기존 기술을 앞지를 때까지 기다려 주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가져야 한다. 와해성 혁신은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기존기술에 비해 오히려 성능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존 기술과 경쟁하는 기간에는 와해성 혁신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의가 커지기도 한다.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하여 새로운 기술적 시도에 대해 기다려주지 못한다면 와해성 혁신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조직문화와 성공의 경험은 전략적 인내를 키워줄 수 있다.
셋째,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Diverse Roles)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한 사람이 다 수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러 주체들이 필요하며, 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아이디어 제안자, ②아이디어 채택자, ③문제해결 개발자, ④프로젝트 추진자, ⑤아이디어 비판자 등 다섯 가지 역할이 필요하며, 이와 아울러 창의적 문화 조성과 혁신 프로세스의 정립을 위한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넷째, 늘 변화할 준비를 하고(Constant Change),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와해성 혁신의 특성은 불연속성이다. 지금의 선두기업이 와해성 혁신을 추구하는 다른 기업에 의해 순식간에 밀려날 수 있다. 따라서 선두기업이라 하더라도 늘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면서 다른 기업이 아닌 자신에 의해 와해성 혁신이 지속적으로 주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이러한 혁신이 같은 기업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혁신은 가치창출(Value Creation)활동이다. 와해성 혁신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Customer) 어떤 가치를 창출해 주는지 명확히 제시하여야 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의 관점에서도 늘 바라보면서, 틈새시장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
여섯째, 혁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외부의 자원과 기술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곱째, 와해성 혁신을 위한 별도조직을 사내에 설치하는 방식(Organization Design)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내벤처(Corporate Venture)나 창의조직을 기업 내에 별도로 두고, 차별화된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와해성 혁신을 위한 좋은 조직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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